헌법재판소 XML상세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1996. 11. 28. 95헌마16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 이른바 眞正立法不作爲와 不眞正立法不作爲의 의미
  나. 不眞正立法不作爲에 대한 憲法訴願의 제기방법
  다. 眞正立法不作爲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결정요지】
  가. 넓은 의미의 立法不作爲에는, 입법자가 헌법상 立法義務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立法行爲의 欠缺이 있는 경우’와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眞正立法不作爲, 후자를 不眞正立法不作爲라고 부르고 있다.
  나. 이른바 不眞正立法不作爲 대상으로 憲法訴願을 제기하려면 그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헌법위반을 내세워 적극적인 憲法訴願을 제기하여야 하며, 이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소정의 提訴期間(청구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
  다. 被徵用負傷者의 청구권은 被徵用死亡者의 청구권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과일본국간의재산및청구권에관한문제의해결과경제협력에관한협정(조약 제172호)에 의해 일괄타결된 대일민간청구권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위 대일민간청구권신고에관한법률이 被徵用死亡者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이를 신고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被徵用負傷者의 청구권을 신고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데에는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대한 보상을 거부한다는 입법자의 소극적 응답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이 신고 및 보상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그 결과로 청구인이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입법자가 위 협정에 의하여 일괄타결된 청구권에 대한 보상관계입법을 하면서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을 신고대상에서 제외하여 보상을 하지 않기로 보상입법을 불완전·불충분하게 함으로써 입법의 결함이 생겼기 때문이지, 보상입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므로 이른바 不眞正立法不作爲에 지나지 않는다.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立法不作爲를 眞正·不眞正의 두 경우로 나누고 있으며, 그 판단기준을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이 있었느냐”의 여부에만 두고 있으나, 이와 같은 2분법적 기준은 애매모호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실효성이 없으며, 가
사 2분법에 따른다 하더라도, 헌법상 立法義務의 대상이 되는 입법사항이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 있을 때에 각 입법사항을 모두 규율하고 있으나 입법자가 질적·상대적으로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율하고 있는 경우를 不眞正立法不作爲로, 위 입법사항들 중 일부의 입법사항에 대하여는 규율하면서 나머지 일부의 입법사항에 관하여서는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즉 양적·절대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眞正立法不作爲로 보아야 한다.
  다. 위 조약의 규정내용과 위 세 보상관련법률의 관계규정에 따르면,
    (1) 이 사건의 경우 헌법 제23조 제1항의 해석상 청구인과 같은 특정집단에게 보상청구권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재산권적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한데도 이 사건 청구권과 같은 대일민간청구권부분에 관하여는 아무런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고 그 후 현재까지도 보상에 관한 아무런 입법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청구인은 이러한 立法不作爲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2) 가사 2분법에 따른다 하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 위 조약에 따라 입법자가 입법하여야 할 사항(헌법상 입법의무의 대상이 되는 입법사항)은 被徵用死亡者의 청구권에 관한 입법사항과 被徵用負傷者의 청구권에 관한 입법사항이라 할 것이나, 위 세 보상관련법률은 위 입법사항 중 被徵用死亡者의 청구권에 관한 입법사항만을 입법하였을 뿐, 被徵用負傷者의 청구권에 관한 입법사항에 관하여는 불완전 또는 불충분하게나마 규율한 바가 전혀 없어, 眞正立法不作爲의 경우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구 청구권자금의운용및관리에관한법률 제5조 제1항
구 대일민간청구권신고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9호
구 대일민간청구권보상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본문
【참조판례】
1989. 7. 28. 선고, 89헌마1 결정
1991. 9. 16. 선고, 89헌마151 결정
1993. 3. 11. 선고, 89헌마79 결정
1993. 9. 27. 선고, 89헌마248 결정
1996. 10. 31. 선고, 94헌마108 결정
청   구   인       김   ○   수
                  대리인 변호사  김 용 균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43. 3. 20. 일본군으로 강제 징집되어 육군보병 제144연대 소속 상등병으로 복무하던 중 1944. 12. 12. 미얀마 남부지역의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여 미얀마 라이가 소재 제121병참병원에 입원 중 다시 연합군 비행기에 폭격당하여 1945. 3. 4. 오른쪽 팔을 절단당하고 한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 채 8·15 해방과 동시에 귀국하였다. 
 그런데 1965. 6. 22. 체결되고 같은 해 12. 18. 발효된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조약 제172호, 이하 이 사건 협정이라고 한다)은 대한민국이 일본국으로부터 무상자금과 차관금을 제공받고 이로써 이 사건 협정 제2조 제2항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청구인과 같이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부상을 당한 피징용부상자의 보상청구권을 포함하여 모든 대일민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여 일괄타결하고 위 협정에 근거하여 국회는 청구권자금의운용및관리에관한법률, 대일민간청구권신고에관한법률, 대일민간청구권보상에관한법률 등 보상관계법률을 제정하면서 피징용사망자의 청구권의 보상에 대하여서만 규정을 하고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의 보상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아니하였다. 
 청구인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위 협정에 의하여 일괄타결된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의 보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대한 보상의 내용 및 절차 등에 관하여 규정한 법률이 제정되지 아니하였는지, 제정되지 아니하였다면 그 “입법부작위”가 어떤 유형의 것인지, 그리고 그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일본국 정부는 1950년대 이후 태평양전쟁에 동원되어 부상을 입은 자에 대하여 등급에 따라 연금방식의 보상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같은 전쟁피해자인 한국인도 1951. 9. 8. 샌프란시스코에서 체결된 연합국과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에 의한 민간청구권 규정에 의거 일본인과 동등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에 체결된 이 사건 협정에 의하면 대한민국이 일본국으로부터 3억불의 무상자금과 2억불의 차관금을 제공받되, 이로써 동 협정 제2조에 규정된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되어, 더 이상 일본국이나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청구인과 같은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도 동 협정에 의하여 일괄타결된 대일청구권에 포함된다.
     (2) 그런데 위 협정에 근거하여 대일민간청구권에 대한 보상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된 청구권자금의운용및관리에관한법률(1966. 2. 19. 법률 제1741호, 1982. 12. 31. 법률 제3613호로 폐지 ; 이하 “청구권자금법”이라 한다)과 대일민간청구권신고에관한법률(1971. 1. 19. 법률 제2287호, 1982. 12. 31. 법률 제3614호로 폐지 ; 이하 “청구권신고법”이라 한다) 및 대일민간청구권보상에관한법률(1974. 12. 21. 법률 제2685호, 1982. 12. 31. 법률 제3615호로 폐지 ; 이하 “청구권보상법”이라 한다) 등 3개의 법률은 신고 및 보상의 대상을 각종 채권을 가지고 있는 자나 일본국에 의하여 군인·군속 또는 노무자로 소집 또는 징용되어 1945. 8. 15. 이전에 사망한 자 즉 피징용사망자로 제한하고, 청구인과 같은 피징용부상자의 보상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
     (3) 국가는 일본국과 이 사건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청구인을 비롯한 국민의 대일민간청구권을 소멸시키고, 그 대가로 일본으로부터 3억불의 무상자금과 2억불의 차관금을 제공받았으므로 대일민간청구권자들에게 자신이 제공받은 자금을 당연히 돌려 주어야 할 것인데, 청구권신고법 등 보상관계법률에서 일본국에 대한 각종 채권 등 근거서류가 있는 부분과 피징용사망자에 대하여만 신고 및 보상의 대상으로 하고 피징용부상자에 대하여는 부상위치와 정도 등을 육안 또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보상의 대상에서 제외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입법부작위는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재정경제원장관의 의견
     (1)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해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또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작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전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만 인정된다.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청구권신고법 등 보상관계법률에 의한 기본권침해는 헌법재판소가 발족하기 전의 일이므로 청구인으로서는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 9. 19.부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였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의 기산점인 1988. 9. 19.로부터 180일이 훨씬 지난 1995. 5. 30.에 제기된 것이 명백하여 부적법하다.
     (3) 청구권신고법 등 보상관계법률에서 청구인과 같은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대하여 보상규정을 두지 아니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면, 청구인은 우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국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보상관계법률에서의 대일민간청구권의 법적성격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재산권)이 아니라 청구권자금법에 의하여 비로소 창설된 권리이고, 청구권신고법이나 청구권보상법에서 피징용사망자에 대하여는 보상을 하면서 피징용부상자를 보상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대일민간청구권 신고당시에 이미 1945년으로부터 25년 이상이 경과하였으므로 부상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확인이 곤란하여 보상의 정확성을 결하거나 형평을 잃을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이는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러한 입법부작위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5)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50년이 경과한 지금 당시 피징용부상자의 상당수가 이미 사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법률에 의한 대일민간청구
 권 보상이 종료되어 이미 증거자료 등을 폐기해버린 피징용부상자도 다수일 것으로 보여지는 바, 이들에 대한 부상여부의 입증이 현시점에서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들과의 형평성이나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마땅히 기각되어야 한다.   
3. 판  단
   가. 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立法不作爲)”에는, ①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Lucke)이 있는 경우”(즉, 입법권의 불행사)와 ②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Fehler)이 있는 경우”(즉, 결함이 있는 입법권의 행사)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眞正)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不眞正)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재판소의 판례에 의하면, 이른바 “진정입법부작위” 즉 본래의 의미에서의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상당한 기간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헌법의 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이어야 하고,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즉 입법의 내용·범위·절차등의 결함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려면 이 경우에는 결함이 있는 당해 입법규정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헌법위반을 내세워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하며, 이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소정의 제소기간(청구기간)을 준수하여야 한다(헌법 재판소 1989. 7. 28.선고, 89헌마1 결정; 1993. 3. 11.선고, 89헌마79 결정; 1993. 9. 27. 선고, 89헌마248 결정 등 참조).
   나. 그러므로 청구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위 두 가지의 유형중 그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1951. 9. 8.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체결되고 1952. 4. 28. 그 효력을 발생한 연합국과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21조, 제4조, 이에 의거하여 1965. 6. 22. 한일 양국간에 체결된 이 사건 협정 제1조, 제2조,
이 사건 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1965. 12. 18. 조약 제173호) 제2조의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징용 부상자의 청구권은 이 사건 협정 제2조 제2항의 예외사항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사건 협정의 적용을 받아 일괄타결된 대일민간청구권에 포함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2) 청구인은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대하여 보상입법을 하지 않고 있는 입법부작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먼저 청구권자금법 등 이 사건 협정에 의거하여 제정된 보상관계입법의 내용에 관하여 살펴본다.
 청구권자금법은 이 사건 협정에 의하여 수입(受入)되는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관리 또는 도입함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것인데(제1조), 동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국민이 가지고 있는 1945년 8월 15일 이전까지의 일본국에 대한 민간청구권은 이 법에서 정하는 청구권자금 중에서 보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전항의 민간청구권의 보상에 관한 기준·종류·한도 등의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청구권신고법은 청구권자금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대일민간청구권의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함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것인데(제1조), 같은 법 제2조 제1항은 신고대상의 범위를 “1947년 8월 15일부터 1965년 6월 22일까지 일본국에 거주한 일이 있는 자를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법인을 포함한다)이 1945년 8월 15일 이전 (제1호·제5호 및 제7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에 일본국 및 일본국민(법인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가졌던 청구권 등으로서 다음 각호에 게기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청구권보상법은 청구권자금법 제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대한민국국민이 가지고 있는 일본국에 대한 민간청구권의 보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것인데(제1조), 같은 법 제2조 제1항은 “청구권신고법 제6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일민간청구권신고관리위원회에서 증거 및 자료의 적부를 심사하여 당해 청구권신고의 수리가 결정된 것”을 보상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위와 같이 청구권자금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국민이 가지고 있는 1945년 8월 15일 이전까지의 일본국에 대한 민간청구권”만을 보상의 대상으로 규정하였지만, 그후에 제정된 청구권신고법 제2조는 이
  범위를 넘어 일정한 경우(같은 조 제1항 제1·5·7호의 경우)에는 1945. 8. 15. 이후에 취득된 청구권까지도 신고대상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청구권보상법은 청구권신고법이 정한 신고대상 청구권 중 신고관리위원회에서 신고를 수리한 것만을 보상해 주도록 하고 있으므로, 결국 대일민간청구권 중 어떤 것이 보상을 받고, 어떤 것이 보상을 받지 못하는지의 여부는 오로지 청구권신고법의 규정, 특히 동법 제2조 제1항의 규정내용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         (3) 청구권신고법 제2조 제1항은 그 제2, 3, 4, 6, 8, 9호에서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일본국 및 일본국민에 대하여 가졌던 청구권을 신고대상으로 규정하고 같은 항 제1·5·7호에서는 1945. 8. 15. 이후에 이른바 비통상의 접촉의 과정에서 취득된 일정한 청구권도 신고대상으로 규정하여 이 사건 협정에 의하여 일괄타결된 대일민간청구권의 보상에 관하여 동 협정의 분류(즉, 1945. 8. 15. 이전에 취득한 것과 그후에 취득한 것)에 대응하여 각 사례별로 나름대로의 입법적 규율을 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은 피징용사망자의 청구권과 마찬가지로 1945. 8. 15. 이전까지의 청구권으로서 이 사건 협정에 의해 일괄타결된 대일민간청구권의 하나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청구권신고법 제2조 제1항은 피징용사망자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그 제9호에서 신고대상으로 명백히 규정하면서도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신고대상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입법자가 신고대상을 열거하면서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을 들고 있지 아니한 것은 청구권신고법의 입법목적(제1조)에 비추어 재정경제원장관의 의견과 같이 피징용부상자의 경우는 피징용사망자의 경우와는 달리 대일민간청구권 신고당시에 이미 부상당한 때로부터 25년 이상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징용으로 인한 부상인지 여부 및 부상의 정도에 관한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기가 곤란하여 보상의 정확성을 결하거나 형평을 잃을 우려가 있고 행정의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대한 보상을 거부한다는 입법자의 소극적 응답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대한 보상을 할 것인가에 관한 입법자의 응답이 전혀 없다고 할 것은 아니다.
     (4) 따라서 청구인과 같은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
이 신고 및 보상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그 결과로 청구인이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입법자가 이 사건 협정에 의하여 일괄타결된 청구권에 대한 보상관계입법을 하면서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을 신고대상에서 제외하여 보상을 하지 않기로 보상입법을 불완전·불충분하게 함으로써 입법의 결함이 생겼기 때문이지, 입법자가 그 청구권에 관련하여 전혀 아무런 입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인 입법부작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입법부작위가 아니고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청구인으로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이 정한 청구기간내에” 청구권신고법 등 보상관계법률의 관계규정과 각 그 폐지법률을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헌법위반이라는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할 것이고, 한편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 보상관계법률들에 의한 기본권침해는 헌법재판소가 발족하기 이전의 일이므로 이러한 경우 그 청구기간은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 9. 19.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할 것인 바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1988. 9. 19.부터 180일을 훨씬 경과한 1995. 5. 30.에 청구되었음이 기록상 분명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본안판단을 하여야 한다는 의견이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가.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침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기본권인 재산권에 관한 헌법적 근거규정인 헌법 제23조 제1항은 그 해석상 청구인과 같은 특정인 내지 특정집단에게  보상청구권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재산권적 기본권을 인정한다고 볼 수 있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헌법 해석상 명백하다.
     (1) 대일민간청구권보상의 대상에 1945. 8. 15.이전에 이루어진, 대한민국 민간인의, 일본국 및 일본
 국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이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점,
 이 사건 조약 제1조 제1항(a)는 “현재의 1080억 일본원(日本圓)으로 환산되는 3억 아메리카 합중국불($300,000,000)과 동등한 일본원(圓)의 가치를 가지는 일본국의 생산물 및 일본용역을, 본협정의 효력발생일부터 10년기간에 걸쳐 무상으로 제공한다......”라 규정하고, 제2조 제1항은 “양체약국은, 양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 9. 8.에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평화조약 제4조(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라 규정하고, 이 사건 채권과 같은 경우의 모든 민간인채권이 이 사건 조약에서 일본국이 지불하기로 한 3억불의 무상자금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라 보여진다. {다만 이 사건 조약의 서명일까지 대한민국과 일본국이 각각 취한 특별조치의 대상이 된 것은 제외한다고 하였으나, 위 합의의사록 (2)항(b)에서 “특별조치라 함은, 일본국에 관하여는, 제2차 세계대전 전투상태의 종결의 결과로 발생한 사태에 대치하여 1945.8.15.이후 일본국에서 취해진 전후처리를 위한 모든조치(1951.9.8.에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평화조약 제4조(a)의 규정에 의거하는 특별약정을 고려하여 취해진 조치를 포함함)를 말하는 것으로 양해되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종전의 결과로 발생한 사태에 대치하여 패전국인 일본국이 이 사건 채권의 경우와 같은 대한민국 민간인의 청구권을 일방적인 조치로 소멸시킬 수 없음이 국제법상 명백함을 확인하고 있으며, 따라서 위와 같은 제외례가 이 사건 채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 채권과 같은 경우의 대일민간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위 (1)항에서 설시한 바 있는 이 사건 조약 제1조 제1항 규정의 3억불 무상자금을 일본국이 대한민국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같은 조약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대일민간청구권에 관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채권소멸)하는 것이고, 이 사건 채권과 같은 경우의 대일민간청구권도 위 3억불 무상자금에 포함된다 함은 위(1)항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국가는 이 사건 조약이 발효된 1965. 12. 18.부터 이 사건 채권과 같은 대일민간청구권을 보장할
행위의무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보여진다.
     (3)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채권과 같은 대일민간청구권부분에 대하여는, 이 사건 조약에 근거하여 위 청구권자금법, 청구권신고법, 청구권보상법 등 3법을 입법하면서도 그 청구권의 신고 및 보상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등 아무런 보장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이후 현재까지도 신고 및 보상에 관한 아무런 입법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청구인은 이러한 입법부작위에 의하여 바로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할 것이며, 이와 같이 보는 것이 오히려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우리 재판소의 진정입법부작위에 관한 판례의 취지에 합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 입법부작위를 진정·부진정의 두 경우로 나누어 전자의 경우에 한해서만 입법부작위의 위헌성을 논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은,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초기에 유지하고 있었던 2분법에 불과하며, 근래에 위 재판소도 이 2분법의 기준이 애매모호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실효성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그 점에서도 다수의견은 납득할 수 없다.
   다. 가사 위와 같은 2분법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대상의 입법부작위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1) 다수의견이 진정·부진정 입법부작위를 판단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는 불명하나 대일민간청구권에 대한 입법이 있었는지 여부에만 두고 있음은 분명하며, 이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이 사건의 경우가 부진정입법부작위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피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부진정입법부작위의 경우를 예컨대 헌법상 입법의무의 대상이 되는 입법사항이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 있을 때에 각 입법사항에 관하여 모두 규율하고 있으나 입법자가 질적·상대적으로 불완전 불충분하게 규율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있으며, 이와는 달리 위 입법사항들 중 일부의 입법사항에 대하여는 규율하면서 나머지 일부의 입법사항에 관하여서는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즉 양적·절대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진정입법부작위로 보고 그 위헌성여부를 판단한 사례들이 많다.
 이러한 입장에서 살피면,
 이 사건 조약 제2조 제1항이 1945. 8. 15.이전에 취득한 청구권이면 아무런 제한없이 모두 이 사건 조약상의 청구권 자금에 포함되어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함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바, 위 조약 등이 확인하고 있는 청구권 중 피징용자들이 일본국에 대하여 가지는 청구권은, 1945. 8. 15.이전에 일본국에 징용되었던 자라면, 그들이 징용된 기간에 징용으로 인하여 사망하여 취득한 청구권이거나 부상당하여 취득한 청구권이거나를 묻지 아니하고, 모두가 위 조약상의 청구권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위 조약에 따라 입법자가 입법하여야 할 입법사항은 피징용사망자의 청구권에 관한 입법사항,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관한 입법사항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청구권자금법은 제5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국민이 가지고 있는 1945. 8. 15. 이전까지의 일본국에 대한 민간청구권은 이 법에서 정하는 청구권 자금중에서 보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청구권신고법 제2조 제1항은 제9호에서 “1945. 8. 15.이전에” 일본국에 징용되었다가 사망한 자가 일본국에 대하여 가졌던 청구권을 신고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1호 내지 8호나 기타 조항에 “1945. 8. 15.이전에” 일본국에 징용되었다가 부상된 자가 일본국에 대하여 가졌던 청구권에 대하여 신고대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다시 말하면 위 보상관련법률들은 피징용사망자의 청구권에 관한 입법사항만을 입법하였을 뿐,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관한 입법사항에 대하여서는 불완전 또는 불충분하게나마 입법하려고 한 바도 없는 등 전혀 입법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는 진정입법부작위의 경우라고 봄이 마땅하며, 청구인은 이와 같은 진정입법부작위로 인하여 대일청구권 신고조차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위 재산권을 침해당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라. 다수의견은 청구권신고법의 입법목적(제1조)에 비추어 대일민간청구권 신고당시에 이미 1945년으로부터 ○년이상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징용으로 인한 부상인지 여부 및 부상의 정도에 관한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기가 곤란하여 보상의 정확성을 결하거나 형평을 잃을 우려가 있고 행정의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는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대한 보상을 거부함으로써, 보상입법을 불완전 또는 불충분하게 하였을 뿐, 그 청구권에 관련하여 아무런 입법을 아니한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의 경우는 부진정입법부작위일 뿐 진정입법부작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다수의견의 시각은 대일민간청구권의 보상에 관한 사항을 단일입법사항만으로 본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며, 대일민간청구권에 있어서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위하여 국가가 반드시 입법하여야 할 입법사항은 다수의견도 약간 예시한 바 있듯이 단일사항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항이 있고, 이 사건의 경우에 관련된 입법사항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징용사망자의 청구권, 피징용부상자의 청구권에 관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입법사항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불완전 또는 불충분하나마 입법되었으나, 후자의 경우는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입법자가 입법을 거부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서는 불완전 또는 불충분하게 입법한 경우가 아니라 진정으로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에는 입법의 흠결이 아니라 진정입법부작위이라 할 것이다.
 특히 다수의견이 입법거부의 사유로 들고 있는 증거불충분, 행정의 자의성 등은, 법집행자가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유들에 불과할 뿐, 단 한사람의 피징용부상자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극단의 경우가 있더라도 입법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며 결코 위 사유들이 입법자의 입법의무불이행을 정당화할 사유는 될 수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은 어느 경우나 부당하다.
   마. 이 사건 심판청구는 위의 진정입법부작위가 현재까지도 계속하고 있으므로 심판청구기간을 도과한 바가 없다(헌법재판소 1994. 12. 29. 선고, 89헌마2 결정 참조).
   바.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그 어느 경우나 적법하므로 본안판단을 하였어야 할 것으로 믿으며 이에 반하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반대하는 것이다.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재 판 관       김   진   우
재 판 관       김   문   희
재 판 관       황   도   연
재 판 관       이   재   화
재 판 관       조   승   형
재 판 관       정   경   식
주 심 재 판 관       고   중   석
재 판 관       신   창   언